인사관리 프로그램 개발일지
1편. 시작은 귀찮음이었다
내 업무를 편하게 하려고 만든 도구가, 누구나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까지
"한 사람의 호봉을 정하는 데 30분. 직원이 40명이면 이틀. 매년 1월이 되면 반복되는 이 일을, 평생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
인사업무를 해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이 일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얼마나 실수에 취약한지.
직원이 새로 들어오면 이력서를 보고 경력을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이전 직장에서 몇 년 몇 개월 근무했는지, 그 경력을 우리 기관에서 얼마나 인정해줄 수 있는지, 주당 근무시간은 몇 시간이었는지. 이걸 다 따져서 환산 경력을 구하고, 그 경력에 맞는 호봉을 정합니다.
말로 하면 한 줄이지만, 실제로 하면 한참입니다.
엑셀로 버틴 세월
저는 이 모든 일을 엑셀로 했습니다. 직원 명단 시트, 호봉 계산 시트, 경력 환산 시트, 연명부 시트. 시트가 점점 늘어나고, 시트 사이를 오가며 숫자를 맞추는 게 일이었습니다.
엑셀이 나쁜 도구는 아닙니다. 오히려 엑셀은 정말 훌륭합니다. 수식만 제대로 걸어놓으면 자동 계산도 되고, 정렬도 되고, 필터도 됩니다. 하지만 인사업무에 엑셀을 쓰다 보면 몇 가지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첫째, 공식이 복잡해집니다.
호봉 계산은 단순 덧셈이 아닙니다. 경력 기간에 인정률을 곱하고, 주당 근무시간에 따라 비율을 적용하고, 여러 경력을 합산한 뒤 년·월·일로 환산합니다. 여기에 호봉 승급 주기까지 고려하면 수식이 한 줄로 끝나지 않습니다. 수식이 길어지면 어디서 틀렸는지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둘째, 사람이 실수합니다.
수식을 복사 붙여넣기 하다가 참조 범위가 어긋나기도 하고, 날짜를 잘못 입력하기도 합니다. 인사업무에서 호봉 한 단계 차이는 급여 차이로 직결됩니다. 한 번의 실수가 "왜 내 월급이 다르죠?"라는 질문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불안합니다.
셋째, 여러 정보를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직원의 인적사항은 이 시트에, 경력은 저 시트에, 발령 이력은 또 다른 시트에 흩어져 있습니다. 한 사람의 전체 그림을 보려면 시트 세네 개를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직원이 10명일 때는 괜찮지만, 30명, 40명이 되면 관리가 힘들어집니다.
그래도 별수 없었습니다. 다른 방법을 몰랐으니까요. 시중에 나와 있는 인사관리 프로그램들을 찾아본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큰 기업을 대상으로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기능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복잡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조직만의 규정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경력 인정률이 직종마다 다르고, 호봉 체계가 일반적인 공무원 기준과 조금 다르고, 승급 시기도 우리만의 규정이 있었습니다. 범용 프로그램에 이런 것들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힘든 계절, 1월
인사담당자에게 1월은 특별한 달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저는 전 직원의 호봉 승급 작업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승급 대상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직원은 올해 승급 대상인지, 승급일은 언제인지, 현재 몇 호봉에서 몇 호봉으로 올라가는지. 직원 한 명 한 명을 확인하고, 호봉을 조정하고, 새로운 연명부를 만듭니다.
직원이 40명이면 이 작업에만 이틀이 걸립니다. 중간에 전화가 오거나 다른 업무가 끼어들면 어디까지 했는지 헷갈리고,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 끝나고 나서도 "혹시 빠뜨린 사람은 없을까?" 하는 불안이 남습니다.
연초만 힘든 게 아닙니다. 중간에 직원이 들어오면 호봉을 새로 정해야 하고, 단축근로 신청이 들어오면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합니다. 인사발령이 나면 발령 이력을 정리하고, 필요한 서류를 만들어야 합니다. 퇴사하는 직원이 생기면 퇴사 처리를 합니다.
이런 일들이 일 년 내내 불규칙하게 터지고, 그때마다 엑셀 파일을 열어서 수작업을 합니다. 같은 종류의 작업인데 매번 처음 하는 것처럼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면 내가 만들어 볼까?
어느 날 호봉 계산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사일이랑 경력만 넣으면 호봉이 자동으로 나오는 게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까... 내가 만들면 안 되나?"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습니다. 전문 개발자가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을 꿈꾼 게 아니라, 그냥 제 컴퓨터에서 저 혼자 쓸 수 있는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호봉 계산만 자동으로 해주면 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엑셀로 하면 되니까요.
코딩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프로그래밍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정보가 넘쳐났습니다. "이런 걸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검색하면 어딘가에는 답이 있었습니다. 그걸 읽고, 따라 해보고, 안 되면 또 검색하고.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 허술한 계산기
제가 처음 만든 건 정말 단순한 물건이었습니다.
화면에 입력란이 몇 개 있고, 직원 이름, 입사일, 이전 경력 기간을 넣으면 아래에 호봉이 숫자로 나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디자인이라고 할 것도 없었고, 화면이 예쁘지도 않았습니다. 누가 보면 "이게 뭐야?" 할 정도로 투박했습니다.
그리고 허점도 많았습니다. 날짜를 이상하게 넣으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경력 인정률을 적용하는 부분에서 계산이 미묘하게 틀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엑셀 계산 결과와 비교해가며 하나씩 수정했습니다.

▲ 가장 초기의 화면. 호봉 계산, 직원 관리, 연명부, 백업 — 이 다섯 개가 전부였다. 등록된 직원도 아직 없다.
처음에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① 경력을 넣고 계산 버튼을 누른다
② 결과가 나온다 → 엑셀 결과와 비교한다
③ 다르다 → 어디가 틀렸는지 한참을 들여다본다
④ 고친다 → 다시 비교한다
⑤ 맞다! → 다음 사람을 넣어본다 → ②번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수십 번 반복했습니다. 재직 중인 모든 직원의 경력을 하나하나 넣어보고, 제가 수작업으로 계산한 호봉과 프로그램이 계산한 호봉이 일치하는지 확인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다르면 원인을 찾아서 고쳤습니다.
솔직히 이 검증 과정이 제일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호봉은 급여와 직결되는 문제라 대충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맞으니까 괜찮겠지"는 인사업무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한 명의 호봉이 잘못되면 그 사람의 월급이 잘못 나가는 것이고, 그건 곧 신뢰의 문제입니다.
10초의 마법
검증을 마치고, 드디어 모든 직원의 호봉이 프로그램에서 정확하게 나오는 것을 확인한 날. 그날의 기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새로 입사하는 직원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예전이라면 이력서를 보고, 경력 기간을 계산하고, 인정률을 적용하고, 환산 경력을 구하고, 호봉표를 찾아보고. 이 과정에 최소 20~30분이 걸렸습니다. 복잡한 경우에는 한 시간이 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이름과 입사일, 경력 사항만 입력하면 됩니다. 계산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안 되어 호봉이 나옵니다. 경력이 여러 개여도, 인정률이 제각각이어도, 주당 근무시간이 달라도 알아서 환산해줍니다.
30분이 10초가 된 겁니다.
이건 단순히 시간을 아낀 것 이상이었습니다. 그 30분 동안 느끼던 불안 — "혹시 내가 계산을 잘못한 건 아닌가?", "이 경력의 인정률이 맞나?", "환산할 때 일 수 계산이 틀린 건 아닌가?" — 이런 불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더 컸습니다.
프로그램은 같은 입력에는 항상 같은 결과를 줍니다. 사람은 컨디션에 따라 실수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은 그러지 않습니다. 한번 검증을 끝낸 계산 로직은 그 뒤로 몇 번을 돌려도 정확합니다. 그 신뢰감이 주는 안도감은 해본 사람만 알 것입니다.
몰랐던 것, 알게 된 것
이 작은 계산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업무 중에는 "사람이 꼭 판단해야 하는 일"과 "규칙대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호봉 계산은 후자입니다. 경력 기간을 구하고, 인정률을 곱하고, 환산하는 건 정해진 규칙대로 하는 일입니다. 판단이 필요한 건 "이 경력을 인정할 것인가?"까지이고, 그 뒤의 계산은 기계적인 작업입니다.
그런 기계적인 작업에 사람이 매번 신경을 쓰고, 실수를 걱정하고, 시간을 들이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단은 사람이 하고, 계산은 프로그램이 한다." 이 분업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나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다른 기관의 담당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초마다 호봉 작업에 시달리고, 경력 환산에 머리를 싸매고, 혹시 실수한 건 아닌지 재확인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거, 나만 쓰기 아깝다."
그 생각이 스쳐간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그 시점에서는 그냥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제 계산기는 아직 투박했고, 저 혼자 쓰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씨앗은 그렇게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욕심이 시작되다
호봉 계산기를 쓰면 쓸수록 편해졌고, 편해질수록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봉을 계산한 다음에는 호봉획정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호봉획정표란, 이 직원의 경력을 어떻게 환산해서 몇 호봉으로 정했는지를 정리한 공식 서류입니다. 내부 결재에도 쓰고, 감사 때 제출하기도 하는 중요한 문서입니다. 호봉 계산은 이제 자동이 됐는데, 획정표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획정표도 자동으로 나오면 좋겠는데."
그리고 연명부도 있었습니다. 전 직원의 이름, 직위, 부서, 호봉 등을 정리한 표인데, 이것도 매번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연명부도 버튼 하나로 나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욕심이 생겼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호봉 계산기 하나로 시작한 이 작은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이때의 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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